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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귀’ 보스는 어디가고 먹방만? 초심잃은 국민예능[TV와치]
2020-09-14 15:04:33


[뉴스엔 박아름 기자]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라면서 ‘귀’ 대신 ‘입’만 커진 모양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가 먹방 예능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파일럿으로 출발, 호평 속에 정규 프로그램이 된 뒤 1년 반 동안 전파를 타고 있는 ‘당나귀 귀’는 할 맛 나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 프로그램이다. 방영 초반 ‘당나귀 귀’는 심영순, 원희룡 지사 등 신선한 보스들의 캐릭터들과 그간 보지 못했던 을들의 속내 등을 들추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보스들의 자발적 자아성찰이라는 본능에 충실했던 ‘당나귀 귀’의 기획의도는 어느 순간 오염돼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당나귀 귀’는 뜬금없이 ‘먹방’이란 종착지로 향해하고 있다.

한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소연 대표와 크리에이터 헤이지니 때까지만 해도 ‘당나귀 귀’는 초심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하차 뒤 ‘백수 현주엽’이 을이 아닌 갑의 자리로 복귀하면서 ‘당나귀 귀’의 정체성은 모호해졌다. 현주엽은 한 팀을 이끌던 농구감독 시절 선수들과의 케미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먹방을 선보이며 깨알 재미를 선사했지만, 감독 사퇴 후 다시 돌아온 그는 농구감독도, 한 기업의 CEO도 아닌, 초보 먹방 유튜버에 불과했다. 출연자 조건이 성립되지도 않는 현주엽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출연하고 있으니 갑작스런 프로그램의 방향 전환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재 ‘당나귀 귀’는 초보 먹방 유튜버 현주엽이 유튜브 세계에 눈 뜨는 과정을 그리며 상상초월 먹방쇼를 펼치고 있다.

현주엽 먹방으로 충분할 법도 하지만 ‘당나귀 귀’는 더 욕심내 양치승 관장의 걸뱅이 먹방쇼까지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월13일 방송분은 특히 도가 지나쳤다. 피트니스 대회를 마친 황석정의 축하파티란 명분으로 양치승 관장과 ‘근조직’의 먹방이 시작됐고, 현주엽 허재 박광재 트리오는 고가의 장어 9인분과 소고기 8인분을 해치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들은 정호영 셰프의 가게에서 300만원 어치 참치를 먹었다. 이젠 현주엽과 양치승의 먹방 대결 구도마저 형성된 상태. 당나귀 귀는 어디가고 먹성 자랑만 남았을까. 신선했던 프로그램 콘셉트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무엇보다 이같이 도넘은 먹방이 코로나19와 잦은 자연재해로 힘든 시기 위화감만 조성할 뿐 공영방송으로서 적철치 않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당나귀 귀’ 제작진은 홍석천, 장동민 등의 사업이 코로나19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다며 이를 위로하는 자막을 내보내면서도 현주엽의 초호화 한우, 참치 먹방으로는 시청자들의 위화감만 조성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양치승 관장과 근조직 분량 역시 제자의 피트니스 대회 도전기에 집중하며 샛길로 새고 있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장수 출연자의 아이템 고갈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지만 지난 7월부터 두 달 간 이어진 배우 황석정의 피트니스 대회 도전기는 우려먹어도 너무 우려먹었다. 물론 화제를 모으긴 했지만 약 두 달 간에 걸친, 주객이 전도된 듯한 황석정 에피소드는 ‘당나귀 귀’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다.

이미 '당나귀 귀'에서 보스들 이야기는 뒷전이 된 지 오래다. 그나마 새롭게 투입된 송훈 셰프와 오중석 작가가 요식업계와 사진업계 현실, 직원들과의 관계 등을 보여주며 기획의도에 충실하고 있을 뿐. 갑들이 자아성찰하고 을들이 속시원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림보다는 먹방, 그리고 본질에 벗어난 화젯거리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계속되자 시청자들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주객전도식 하염없는 먹방쇼는 '당나귀 귀'가 추구해야할 방향이 아니다. ‘당나귀 귀’가 초심을 되찾고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하면서 위안도 받을 수 있는 훈훈한 방송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캡처)

뉴스엔 박아름 ja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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